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예민한 감각과 손의 기술이 결합되어 있는 작가는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보지 못하는 미세한 틈에 존재하는 동시대의 한 장면을 특유의 예리한 칼로 찔러 쪼개어 우리 앞에 들이민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물으면서...  

작가 신준민은 특정 공간이 가진 독특한 정서를 보여주었다. 달성공원 시리즈(2013)에서는 살아 있지만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동물들의 무기력함과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내는 스산한 풍경을, 야구장 시리즈(2014-2015)에서는 열광하는 사람들의 함성만큼 쏟아져 내리는 공간 속 빛의 작렬함이나 그에 비례해 엄습하는 텅 빈 야구장의 묵직한 공기를 화폭에 담아왔다.

이전의 작업이 나름의 목적을 지닌 시선의 결과물이었다면,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전의 작업과는 조금 다른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전의 작업이 관찰자의 시선으로 다가가서 발견한 장면이 가진 에너지의 포착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의 시선은 비자발적인, 우연한 시선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주체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대상과 어우러져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난 풍경에 대한 기록이자 또 다른 ‘현존의 증명서’다.

우연의 세상을 열어 그 안에 몸을 맡겼고, 이로써 모험은 시작되었다.  

우연의 세상을 유랑하게 되면 새로운 에너지를 가진 풍경이나 대상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특정한 파장을 가진 대상이나 풍경과 조우한다. 어쩌면 이 만남은 눈에 보이는 대상을 채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정서적 파장과 비슷한 에너지를 지닌 그 무엇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록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들은 목적이 내재한 소유 혹은 채집된 대상이 아닌 우연한 조우의 대상이기에, ‘어디에나 있는(everywhere)’ 것이다. 그렇지만 신준민 작가만이 볼 수 있는 ‘어디에도 없는(nowhere)’ 풍경이자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형태가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작가의 관계가 지닌 특정한 파장이 옮겨지는 것이기에 모양이 풀어지고 새로운 형체가 떠오른다. 작가를 뚫고 지나가는 대상의 파장은 화면에 수많은 점으로 박히고, 얼룩으로 흘러내린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그들...

문득 세상에 나를 맡기고, 나와 파장이 같은 그들을 우연히 만나고 싶다.

An artist makes the invisible world visible. With his or her own great sensitivity and skillful hands, as if stabbing somebody with a sharp knife, the artist presents us a rare scene of our times that we don’t notice easily and asks us what we actually see.

SHIN Junmin shows the viewers a unique emotional aspect of certain places. In the series of his work of art, ‘Dalseong Park(2013)’, he presents us a bleak scene of a zoo, a symbolic place of human selfishness that has the poor, inanimate animals. In another series of his artwork, ‘The Stadium(2014-2015)’, he expresses the bright light of the electronic scoreboard in a baseball stadium as well as the cheerful spectators in contrast with the dark atmosphere of an empty stadium.

His work of art in his solo exhibition this time is quite different from the previous series of his artwork that has a clear purpose and viewpoint, in which his gaze into the scene of the painting is the view of an observer. In his recent work, he works on random things. Not taking the view of an observer, he interferes more with the subject matter of his painting and controls the whole scene of it. It is a document of those scenes that he encounters naturally, which can be an identification of his existence.

Opening the door to the world of chance, he starts his own adventure. He encounters unique scenes and subjects with new energy while traveling the world of chance. Not collecting visible subjects only, he makes a document of certain subjects that are similar to what he feels. Also, they are not something that he wants to possess, just random things that he encounters by chance. They exist everywhere, but they might be certain scenes and subjects that can be found nowhere because he might be the only one who can notice them. What he conveys in his canvas is the energy generated in the relationship with the subjects, not the form of them, which explains why they are transformed. With his touch, the energy of the subjects is materialized as lots of dots and brushstrokes.

They are everywhere and nowhere.

I would like to wander around the world of chance and encounter those that have the same energy as mine.